발렌베리家 PEF, SK쉴더스 경영권 인수…3조 빅딜 성사

입력 2023-02-26 15:49   수정 2023-02-26 17:42

이 기사는 02월 26일 15: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이자 글로벌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EQT파트너스가 국내 2위 보안업체 SK쉴더스(옛 ADT캡스)의 지분 7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거래 규모만 3조원이 넘는 ‘빅딜‘이다. 기존 최대주주인 SK그룹은 2대주주로 남아 SK쉴더스를 공동으로 경영하기로 했다. 양 측은 SK쉴더스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보안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본지 2022년 11월 3일자 A1, A13면 참조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SK쉴더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 63.1% 중 약 30%를 인수하고 2대주주인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36.87%를 전량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계약을 내주 체결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현지시간으로 이달 27일에서 내달 2일까지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 참석한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현지에서 이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양사는 SK쉴더스의 기업가치를 순차입금 2조원과 지분 전체 가격을 합해 4조원 후반에서 5조원 사이로 책정했다. EQT파트너스가 투입할 금액은 차입금을 포함한 기준으로 3조원 이상이다.

SK쉴더스는 SK텔레콤이 2018년 맥쿼리컨소시엄과 함께 칼라일로부터 2조9700억원(순차입금 1조7000억원 포함)에 사들였다. 물리보안 시장에서 점유율 30%대로 에스원(점유율 50%)에 이어 2위 사업자다. SK텔레콤이 2021년 사업부문(SK텔레콤)과 투자부문(SK스퀘어)으로 인적분할하면서 SK스퀘어의 자회사가 됐다.

EQT파트너스는 발렌베리그룹의 투자 지주회사 인베스터AB가 1994년 설립했다. 운용자산이 1130억유로(한화 약 156조원)에 달하는 유럽 최대의 PEF 운용사다.
SK스퀘어의 자신감, 조단위 빅딜로 결실…EQT도 한국 투자 첫 포문

“곧 첫번째 ‘투자 사이클’ 결실이 나올 겁니다. 이를 기점으로 투자 역량을 보여주겠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SK스퀘어와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의 인수·합병(M&A) 협상에 나섰다는 보도가 전해진 후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첫 공식석상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SK쉴더스의 성공적 M&A를 통해 SK스퀘어의 정체성을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이겠다는 포부였다. 오는 27일부터 MWC 바르셀로나에 참석 예정인 박 부회장은 현지에서 SK쉴더스의 매각을 공식화하고 SK스퀘어의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SK쉴더스, SK스퀘어 투자 사이클 첫 성공모델로
SK스퀘어는 ‘투자 사이클’ 모델을 표방하며 2021년 11월 출범했다. 유망 투자처를 발굴해 자금을 투입하고, 가치를 키운 뒤 일부 혹은 전부를 매각해 차익을 내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주업으로 삼았다. 워런버핏이 이끄는 미국 버크셔헤셔웨이, 유럽 인베스터AB, 일본 소프트뱅크를 지향한 국내 첫 모델이었다.

다만 롤모델이 된 해외 회사들처럼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자회사를 매각하고 재투자에 나서는 전략이 현실성이 있는지를 두곤 시장의 의구심이 컸다. 특히 ‘매각’은 자산 규모를 둔 경쟁이 치열한 재계 문화와도 이질적인 데다 구성원의 반발도 과제였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투자)회사로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자산 성장을 이끌어 ‘졸업’시키는 사이클을 시장에 증명하고자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첫 대상은 SK쉴더스였다.

SK스퀘어는 당초 지난해 SK쉴더스의 기업공개(IPO)에 나서 일부 투자금은 회수하고, SK쉴더스에 유입된 자금으로 해외 클라우드 업체 인수 등을 단행하며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었다. 맥쿼리 등 재무적투자자(FI)들도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IPO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지난해 5월 상장을 철회했다. FI의 투자 회수와 SK스퀘어의 추가 성장 전략을 위한 첫 단추도 틀어지게 됐다.

이 때 접촉에 나선 곳이 EQT파트너스였다. EQT는 2021년 157억유로(약 21조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고 아시아에서 투자 기회를 물색해왔다. 특히 지난해엔 아시아에서 활발히 활동한 PEF운용사인 베어링PEA를 인수하고 올해는 서울에 사무소를 내면서 한국 진출을 예고해온 상황이었다. 주로 인프라 투자에 특화해온 EQT파트너스의 특성상 안정적 현금흐름을 매 년 창출하면서도 정보통신(IT)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보안 산업은 가장 선호하는 산업군이었다.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단독 협상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EQT파트너스가 단기 차익을 거두는 데 매몰되지 않고 투자회사의 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 운용사로 명성을 쌓아온 점도 파트너로 낙점된 배경이다. 발렌버리가문의 지배하에 있는 EQT파트너스는 기업지배구조를 중시하고 주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함께 생각하는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1년 방한한 콘니 욘슨 EQT파트너스 회장과 만나 ESG경영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가장 큰 고민이었던 구성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측면에서도 최적의 상대였다.
글로벌 보안社 다수 투자 EQT, SK쉴더스 글로벌 진출 속도

SK스퀘어와 EQT파트너스는 앞으로 SK쉴더스를 공동 경영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보안 플랫폼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EQT파트너스는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에 걸쳐 정보기술(IT) 서비스 분야에 활발히 투자해 성공적인 회수를 이끌어 낸 경험도 다수 있다. 스웨덴 최대 보안회사 시큐리타스의 가정 보안부문 자회사 시큐리타스 다이렉트를 2008년 인수해 2011년 투자금 회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인연으로 2020년 시큐리타스 본사 지분 3%가량을 확보해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회사 CYE의 경영권도 보유하고 있다. SK스퀘어도 SK쉴더스의 2대 주주로 남고 이사회에도 남아 SK그룹과의 시너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SK스퀘어는 이번 거래로 1조원 이상 차익을 거두며 투자를 위한 마중물도 확보하게 됐다. SK스퀘어는 전신인 SK텔레콤 시절인 2018년 SK쉴더스(당시 ADT캡스)를 칼라일로부터 2조97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그룹 내 물리보안 계열사인 NSOK와 정보보안 계열사 SK인포섹을 연이어 합병해 규모를 키웠다. 회사 매출은 인수 직전인 2018년 6135억원에서 2021년 1조5497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9억원에서 1218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직 지난해 연간 실적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매출 1조1198억원, 영업이익을 970억원을 거두며 순항 중이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1년 381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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